제목 | 삶의 기적이 시작되는 순간 - 박민하 기증자 | 작성일 | 2025-09-18 15:46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7 |
본문
무더위에 벌게진 얼굴로 밝게 웃으며 병실로 들어선 한 사람. 오늘부터 3일간 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채혈 과정을 거칠 기증자 박민하 님입니다. “긴장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 건 잘 모르겠다”고 무던히 대답합니다.
“기다렸던 연락이라 흔쾌히 동의했어요.”
민하 님은 2년 전, 친구와 함께 헌혈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조혈모세포 기증자 수기를 봤답니다. “평소 장기기증에도 관심이 많아서, 함께 등록해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그러자‘고 했어요. 작은 것부터 나눠보자고 생각했지요.”
등록을 하면 며칠 안에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는 민하 님. 2년이 지나서 온 연락에 얼떨떨했답니다. 그럴 법도 하지요. 사실 타인과 조혈모세포가 일치할 확률이 2만분의 1에 불과해, 등록 후 5년, 10년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거든요. 종종 기증희망 등록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민하 님은 매년 연말, 등록 기관의 달력을 받을 때마다 기억을 되살렸다고 해요. “때마침 일을 그만두고 여유가 있던 터라 맘 편히 기증할 수 있어 기뻤어요.”
혹여나 민하 님 건강에 문제가 있을까, 부모님은 걱정이 많았답니다. “헌혈도 반기지 않으시거든요.” 실제로 기증 후 바로 일상생활도 가능하고, 조혈모세포가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에도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지만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 으레 있을 수 있는 오해지요. 반면 친구들과 여동생 둘은 든든한 지지자가 돼줬습니다. “가족 중 타인의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은 경험을 가진 친구가 특히 좋아했어요. 정말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요.”
한 생명을 살리는, 순간의 결심
뿌듯한 마음으로 기증 절차를 시작한 민하 님. 가볍게 하루를 보내고 둘째 날, 양팔에 헌혈 바늘을 연결해 기증을 시작합니다. 왼쪽 팔에서 빠져나간 피가 조혈모세포만 추출한 후 오른쪽 팔로 되돌아갑니다. 필요한 양(약 300mL, 전혈 헌혈보다 적은 양)이 모이는 데까지 4~5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이 좀 긴 것만 제외하면 헌혈이랑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평소 헌혈을 해본 친구들에게 등록하라고 얘기해야겠어요.”
조혈모세포가 모일수록 민하 님 얼굴에 여러 감정이 떠오릅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결정했던 그 한순간, 누군가 삶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져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요. 이 경험을 통해 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안고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혜자에게도 간절한 바람을 전하는 민하 님. “제 조혈모세포가 그분에게 잘 맞아서 빨리 완쾌하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꼭 좋은 일만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민하 님의 선한 마음으로 한 환자가 내일의 삶을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하게 ’나와 조혈모세포가 일치하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헌혈에서 한 발 더, 당신이 내디딘 그곳에서 ’삶‘이라는 기적이 시작됩니다.
글·사진= 지화정 담당 (KMDP 기증증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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