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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도 나눠야… 조혈모세포 기증 아이 살려 뿌듯”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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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2 21:29:42 수정 : 2023-03-12 21: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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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검찰인’ 선정 조서윤 수사관

두달 준비해 소아암환자에게 기증
8년간 빈곤·장애 아동 꾸준히 도와

서울중앙지검서 추징금 징수 맡아
업무 중 보이스피싱 오해 받기도
“검찰 수사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모두 고생하지만 고충보다 보람 커”

‘기쁨과 슬픔처럼 어려움도 나누는 것.’

조서윤(33)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 수사관은 이런 생각으로 8년여간 꾸준히 빈곤·장애 아동을 돕고 있다. 지난해 9월 소아 혈액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도 기증했다.

조혈모세포는 모든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다. 조 수사관은 “남들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한 그에겐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검찰청은 올해 1월 조 수사관을 2022년 ‘따뜻한 검찰인’ 5명에 선정해 표창을 수여했다.

조서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검찰수사관은 범죄 수사 및 공소 유지 지원, 형 집행 단계에서 벌금·추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만난 조 수사관은 “유독 주목받은 것 같아 좀 부끄럽다”면서도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사람 한 명을 살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 수사관은 2020년 말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휴직 중이던 때였다. 그는 “헌혈하러 갔다가 관련 포스터를 보고 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며 “‘나보다 아픈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7월 근무 중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자형이 들어맞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약 2개월간 준비 과정을 거쳐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방식은 헌혈과 같아요. 대신 6시간 정도 피를 뽑습니다. 몸이 약한 제가 할 정도면 자기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하겠다는 주변 사람도 있어요. 남편은 처음엔 위험한 건 줄 알고 반대했다가 동의해 줬죠. 지금은 뜻깊은 일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식받은 아이는 올 초 병원을 퇴원했다고 전해 들었어요.”

조 수사관은 2014년 말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결연을 맺은 아동을 후원해 왔다. 2020년부터는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장애 아동도 후원 중이다.

그는 경찰인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레 공무원, 특히 법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검찰수사관의 길을 택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에서 1억원 이상의 고액 추징금, 그중에서도 5억원 이상의 추징금 징수를 담당하고 있다.

“저 혼자 400건을 해요. 추징금 5억원 이상인 게 항상 그 정도 있습니다. 미납자 해외 도피 등으로 장기 미제가 많아요. 검사실에서 추징 보전, 가압류를 해 놓고 형이 확정되면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합니다. 저는 주로 차명 재산 추징을 집행하고 있는데, 차명 재산이면 명의를 미납자로 돌리기 위한 채권자 대위 소송을 하게 되죠.”

업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납자가 전·월세를 살고 있으면 집주인이 갖고 있는 보증금을 압류할 수 있어요. 보증금을 (검찰이) 압류했으니 임대차 계약이 끝나도 돌려주지 말라고 집주인에게 압류 통지서를 보내고 전화도 하죠. 거의 80%는 보이스피싱이라며 끊어요. 최근 서류를 보내는 보이스피싱이 많아서 통지서를 받고도 믿지 않거든요. 그런 경우 방법이 없어요. ‘진짜 검찰이다’ 하고, 청사로 오시라고도 해요.”

조 수사관은 “검찰수사관은 형사사법체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라면서 고충보다는 보람이 크다고 강조했다. 2019년 대전지검 공판부 근무 시절의 일이다.

“위증 혐의를 받던 증인이 있었어요. 증거를 찾기 위해 그 사람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죠. 며칠을 야근한 끝에 피고인과 카카오톡을 통해 위증을 모의한 대화 내용 한 줄을 발견했어요. 어떤 말로 모의했을지 모르니까 엑셀 파일을 일일이 다 봐야 하거든요. 그 한 줄을 찾았을 때 ‘심봤다’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 증인은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조 수사관의 꿈은 추징금 집행률 제고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이다. 12일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의 추징금 집행률은 전년도 미제를 포함해 건수 기준 15.12%(5889건), 액수 기준으로는 0.32%(1009억여원)에 그쳤다.

조 수사관은 “요새는 압수수색도 많이 나가고 힘들긴 하지만 고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 직원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다 밤새고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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