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P의 생명과 나눔이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눔
송창현 기증자 "16년 마음의 짐 벗었어요."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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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향 카페'에서 만난 송창현 기증자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한참 달려서 내린 정류장, 휑하게 뻗은 8차선 도로 옆에는 헐벗은 나무들과 건물 몇 개가 드문드문 서 있습니다. 도시의 분주함을 조금 벗어나 언덕길 끝에 자리한 ‘다.방향 카페’. 한적한 동네에 단정하게 선 2층 건물은 송창현 기증자가 대표로 있는 사회적기업 ‘밸류브릿지’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밸류브릿지는 공감의 문화를 기획하고 교육하는 기업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방향 카페'는 서로의 경험과 생각이 오가고, 때로는 작은 모임과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지역의 이야기가 모이고 사람들의 관계가 이어지는 작은 문화 플랫폼이지요.

밸류브릿지에서 운영하는 카페 ‘다.방향 커피컴퍼니’
오래 기다려온 연락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지난해 한 생명을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송창현 기증자를 만났습니다. 교육과 행사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상황이었지만 기증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답니다.
“사실 16년 전에도 기증 요청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2008년 중국 유학 중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우연히 기증희망모집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2년도 안 돼 연락이 왔었어요. 중국에 있던 터라 답을 안 했는데, 매년 등록기관에서 달력이 올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 환자는 치료를 무사히 받았을까, 혹시 내가 기증을 안 해서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랫동안 마음의 짐으로 남았어요.”
목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어려운 이들을 돕고 대학도 신학을 전공하면서 나눔이 일상이었던 그에게는 참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특히 밸류브릿지 창립 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 자립준비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할 때마다 그 짐은 점점 더 무거워졌지요. "베푸는 일을 하면서 정작 누군가 꼭 필요한 순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어요.”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답니다. “11살 된 막내는 아빠가 잘못 되는 줄 알고 잠시 울음을 터트리긴 했지만, 아내와 세 아이 모두 응원해줬어요. 같은 해 백혈병으로 친동생에게 이식을 받은 사촌동생이 ‘정말 좋은 일이고, 그런 결심을 해주어서 고맙다’며 한우세트를 보내오기도 했어요.”
지난해 가장 잘한 일

기증 시기가 바쁜 일정과 겹쳐 병원을 몇 번씩 오가고 입원을 해서 기증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송창현 기증자. 그럼에도 지난해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자평합니다.
“KMDP 코디네이터 분들의 친절과 병원 의료진의 극진한 대우를 받고, 또 좋은 일 했다고 지인들에게 홍삼이나 한우세트 같은 선물을 받으면서,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생겼어요.”
그에게 나눔이란 ‘주고받는 것’이랍니다. “누군가에게 내 것을 주었다 생각하지만, 결국 내게 다른 가치로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순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도울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은 덤이지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는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을 찾아 그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되어줄 겁니다. 오랜 짐을 내려놓은 만큼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요. 송창현 기증자의 꾸준한 나눔 행보를 KMDP가 응원하겠습니다.
글= 지화정 담당
사진= 지화정 담당, 송창현 기증자 제공
